삼성-LG, 커브드TV에 '극과극 베팅'

입력 2017-04-21 18:19:55 | 수정 2017-04-22 05:35:15 | 지면정보 2017-04-22 A13면
삼성, 프리미엄TV의 한 축
중국 55인치 이상 절반이 커브드…작년보다 판매 목표 40% 높여
올해 20종 안팎 내놓을 것

LG '성장성 없다' 판단
색감 떨어진다 소비자의견 반영…올해 후속모델 안 내놓을 것
TV 제조사들도 진영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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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문래동 홈플러스 영등포점 1층에 있는 가전 매장. 삼성전자 대리점에 전시된 TV 16대 중 9대는 화면이 구부러진 커브드(곡면) TV였다. 특히 55인치 이상 대형 TV 모델은 모두 커브드 TV가 차지했다. 반면 맞은편의 LG전자 대리점에는 전체 20대 가운데 커브드 TV가 딱 한 대뿐이었다. 35% 할인 판매 딱지가 붙어 있었다. 홈플러스 측 관계자는 “동일한 제품을 놓고 삼성, LG의 마케팅 전략이 이렇게 정반대 흐름을 보이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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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판단이 맞을까

커브드 TV는 화면에 대한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패널 좌우를 구부려 화면 중심을 움푹 들어가게 한 TV를 일컫는다. 2013년 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차세대 TV라며 동시에 내놓고 시장 쟁탈전을 펼쳤다. 하지만 약 4년이 흐른 현 시점에서 양사의 제품 개발 및 마케팅 전략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삼성전자는 커브드 TV가 앞으로 프리미엄 TV 시장의 한 축을 차지할 것으로 판단한다. 반면 LG전자는 한때 유행하다가 사라져버린 3차원(3D) TV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커브드 TV 판매 목표를 580만대로 잡았다. 지난해 416만대보다 약 40% 증가했다. 삼성의 커브드 TV 판매는 2014년 전년 대비 180%, 2015년엔 60% 늘어났다. 프리미엄 제품군 중에서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르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올해도 총 20종 안팎의 커브드 TV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해 출시한 16종보다 25%가량 늘리는 것이다.

LG전자는 올해 커브드 TV 후속 모델을 내놓지 않기로 했다. LG전자의 커브드 TV 신제품은 2014년 2종에서 2015년 6종으로 늘어났다. 2016년(1종)을 기점으로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당연히 판매 목표도 없다. 회사 관계자는 “정면이 아닌 다른 각도에서 보면 화질과 색감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사실상 단종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시장 놓고 ‘아전인수’

향후 시장 흐름에 대한 양사의 전망도 극과 극이다. 삼성전자는 시장조사기관인 IHS의 올 1분기 조사자료를 인용해 올해 글로벌 커브드 TV 시장이 1125만대로 1년 전 예측치 729만대보다 55%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 TV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는 중국 시장의 성과에 고무된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55인치 이상 대형 TV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커브드 TV”라고 말했다. 작년 말 기준 글로벌 커브드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63.5%로 독보적인 1위다.

LG전자는 동일한 IHS 자료를 인용하더라도 다른 내용에 주목한다. 전체 TV 시장에서 커브드 TV가 차지하는 비율이 올해 5.0%로 정점을 찍은 뒤 △2018년 4.9% △2019년 4.3% △2020년 3.7% 등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커브드 TV의 가파른 성장세에 대해서도 “자금력이 좋은 삼성전자가 마케팅 힘으로 끌어올린 착시 현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미 고급 TV 시장에선 LG전자가 선도하는 OLED TV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게 LG 측 주장이다. IHS에 따르면 2000달러(약 230만원)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LG전자 점유율은 2015년 19.7%에서 2016년 44.8%로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점유율은 47.5%에서 23.0%로 반토막났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2000달러 이상 TV 시장은 전체 시장의 4.3%로 의미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세계 TV 제조업체들은 시장 1, 2위인 삼성과 LG를 따라 진영이 갈리는 분위기다. 중국 1위 TV업체인 하이센스 등 중국계는 삼성전자를 따라 커브드 TV 진영에 가담하고 있다. 소니, 필립스, 파나소닉 등은 LG전자처럼 작년부터 커브드 TV 제품 출시를 중단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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