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등장한 1세대 LS400는 렉서스의 시작이자 파란이었다. 유럽 자동차업체들이 100년간 닦고 힘들게 쌓아 온 '프리미엄'의 명성을 단번에 얻었기 때문이다. 등장 당시 여러 외신들도 1세대 LS의 성공이 전례없는 일이라며 칭송했다. 토요타가 그룹의 명운을 걸고 모든 역량을 투입한 결과다.

시간이 흘러 LS가 5세대를 맞았다. 한 세대의 변경까지 무려 11년이 걸렸다. 그 만큼 공을 들였다는 증거다. 렉서스는 신형을 통해 '프리미엄 하이브리드 플래그십'이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이브리드 기술력이 정점에 다다랐다는 판단이기도 하다. 렉서스의 5세대 신형 LS500h를 시승했다.


▲스타일
2011년 컨셉트카 'LF-GH'를 통해 선보였던 스핀들 그릴은 이번 신형에 와서야 완성형에 가까워졌다. 더욱 대담해지고 정교해졌으며 플래그십의 위용에 걸맞게 존재감이 상당하다. 과정도 간단치 않았다. 5,000개 이상의 단면으로 구성된 매시 패턴을 완성하기까지 무려 6개월이라는 시간을 투입했다.

스핀들 그릴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떨어지지만 눈매 역시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정교함을 알 수 있다. '갈 지(之)'자 형태로 조합한 3개의 LED 헤드 램프와 16개의 LED로 구성한 방향지시등은 날카롭다 못해 강렬하다. 후면은 전면과 마찬가지로 스핀들 그릴 주제를 입체적으로 적용, 통일성을 지향했다. 양쪽 리어 램프를 수평으로 이어주는 크롬장식 역시 기함의 위용이 느껴지는 요소다.




측면은 진중함을 추구하는 대다수의 기함들과 달리 역동에 초점을 둔 자세를 구현했다. 5,235㎜에 달하는 차체 길이에도 중후함이 아닌 민첩함을 풍긴다. 롱 휠베이스(3,125㎜)이지만 안정정인 주행보다 고성능을 기대하게 만드는 모양새다. 이는 새 플랫폼 GA-L을 채택하면서 높이를 5㎜ 내리고, 동시에 후드와 트렁크를 각각 30㎜와 40㎜ 낮춘 덕분이다.


실내는 미래지향적 요소를 적절히 배합했다. 감성을 추구한다는 렉서스의 주장대로 실내 곳곳은 가죽과 우드트림 등 각종 소재를 최고라고 할 수 있는 것들로 치장했다. 인상적인 건 조수석 전면의 디스플레이존이다. 독특한 패턴 안에는 조명을 넣어 인테리어 효과를 극대화했다.



플래그십의 2열 구성은 기함의 제품력을 평가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최상위 '플래티넘' 트림에 적용한 오토만 시트는 항공기 퍼스트클래스 부럽지 않은 첨단 편의장치를 대거 갖췄다. 22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하며, 시트 안에 적용한 10여 개의 에어포켓이 어깨부터 등 엉덩이, 허벅지까지 마사지한다. 조수석을 앞으로 밀면 바로 뒤 시트는 최대 1m 이상 늘어난다. 신장 180㎝가 넘는 성인 남자가 발을 끝까지 뻗을 수 있다.




▲성능 및 상품성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최고 299마력과 최대 35.7㎏·m의 힘을 내는 V6 3.6ℓ 가솔린 엔진에 2개의 전기모터로 구성한다. 이를 통한 시스템 총 출력은 최고 359마력이다. 변속 시스템은 전기모터 2개의 E-CVT에 아이신 4단 자동을 더했다. 수동모드에서 가상의 E-CVT 기어까지 더하면 10단 자동변속기에 준하는 변속이 가능하다. 이를 통한 효율은 복합 ℓ당 11.5㎞다.

파워트레인은 앞서 출시한 고성능 쿠페 LC500h와 동일하다. 스포츠카와 플래그십의 지향점이 다르지만 말끔한 주행감을 구현한 게 공통점이다. 실제 LC500h와 LS500h는 GA-L 플랫폼을 공유, 엔진과 시트포지션을 저중심에 위치시켰다. LC와의 차이점은 네바퀴굴림 방식이라는 점, 승차감을 위한 서스펜션의 부싱을 바꾼 점 등이다.



일반 주행에서는 기함이 위용을 드러낸다. 부드럽고 안정적이면서도, 도심주행에서 가끔씩 개입하는 전기모터로 인해 가솔린과는 또 다른 맛을 낸다. 이전 5.0ℓ 엔진에서 3.5ℓ로 다운사이징을 거쳤지만 2.7t에 달하는 무게를 거동하는 데 스트레스가 없다. 성능은 유지하고 효율은 높였다. 렉서스는 이를 두고 '스마트 다운사이징'이라고 설명했다.

직선구간에서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했다. 액셀 응답성이 더욱 민첩해지면서 엔진이 본격적으로 제역할을 한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내는 소리는 앙칼지다. 스티어링 휠은 자로 잰 듯 정확하며, LC처럼 폭발적이지 않지만 역동성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2열에 타봤다. 승차감은 전형적인 기함보다는 아주 조금의 단단함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안락하다. 아마 최고급 시트 덕인지도 모르겠다. 5단계로 조절되는 마사지 기능은 등과 엉덩이 구석구석을 '꾹꾹' 눌러주는 힘이 제법 느껴진다. 무려 23개의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마크래빈슨의 오디오 시스템은 음향에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품격을 알 수 있다.


▲총평
기함 본연의 품격은 높이고 역동성까지 더했다. 이를 두고 렉서스는 '이율쌍생'을 구현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안락함보다 역동성에 약간 무게가 기우는 느낌이다. 주행성능은 오너드리븐을 생각하면 기대 이상이며, 상품성만 놓고 봤을 때 쇼퍼드리븐을 위해서도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모든 부분에 있어 11년동안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판매가격은 3개 트림으로 1억5,100만~1억7,300만 원이다. 다소 비싸다는 논란이 있지만 다르게 해석하면 렉서스의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독일 기함의 수요를 얼마나 뺏어올 수 있을 지 궁금하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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