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패소 후폭풍… 인건비 급등에 '불가피한 선택'

입력 2017-09-21 17:36 수정 2017-09-22 00:45

지면 지면정보

2017-09-22A4면

기아차 왜 감산하나

잔업 중단…특근 최소화
직원 임금 年 200만원 줄 듯
기아자동차가 오는 25일부터 잔업(평일 연장근로)을 중단하고 특근(휴일 특별근무)을 최소화하면서 사실상 감산에 들어가는 이유 중 하나는 통상임금 소송 패소에 따른 인건비 증가 부담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아차는 노동조합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지난달 31일 패소했다. 기본급의 750%인 상여금과 중식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다시 계산한 과거 잔업·특근 수당을 지급하라는 소송이었다. 통상임금은 잔업·특근 등 연장·야간·휴일근로의 기준 임금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장근로에 통상임금의 150%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통상임금에 상여금 등이 포함되면 잔업·특근 수당도 그만큼 뛴다. 기아차는 패소 판결이 확정되면 잔업·특근 수당이 1.5배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잔업 중단 등은 임금 급등에 대비한 기아차의 ‘선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수당을 지급하는 작업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잔업·특근 감축에 따라 기아차 노조 조합원의 임금은 연 200만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임금 소송 승소에 따라 수당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던 노조원들의 ‘기대 소득’도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

통상임금 확대에도 근무·임금 체계 조정 등에 따라 오히려 근로자의 임금이 줄어들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회사의 지급 여력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GM에서도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으로 야근·특근 수당은 올랐지만 일감이 줄어 결국 임금 총액이 감소했다. 한국GM 군산공장은 2조 2교대에서 2015년 4월부터 주간에 1조만 일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야근을 없앤 것이다.

기아차뿐 아니라 다른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판매 감소에 따라 재고가 누적되고 있어 잔업·특근 폐지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올 상반기 자동차 생산량은 216만 대로 2010년(209만 대) 이후 7년 만에 최저로 내려갔다. 업체들이 잔업·특근을 없애면 감소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완성차업체가 생산량을 줄이면 협력업체의 매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연구개발(R&D) 투자 여력 감소, 신차 경쟁력 약화, 판매량 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통상임금 여파로 사측이 생산량을 줄이고 근로자 임금이 감소하면 노사 모두 피해자가 되는 것”이라며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노사 협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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