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돌입한 기아차

현대·기아차 '과잉 생산능력 덫' 빠지나
연 50만대씩 판매 늘다 2015년 정점 찍어
앞으로 2~3년간 생산능력 남아돌 듯
생산량 조정에 노조 협력해야 구조조정 성공
이달부터 현대자동차의 중국 충칭공장(5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서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자동차 생산능력은 연간 908만 대로 올라서게 됐다. 하지만 올해 판매량은 중국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과 미국 시장 내 판매 부진 등 여파로 700만 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200만 대 이상의 ‘생산능력 과잉’을 해소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국내외 생산라인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숨가쁘게 달려왔지만…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이달 초 연 30만 대 규모의 충칭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기존 베이징 1~3공장(105만 대)과 창저우 4공장(30만 대)을 합쳐 165만 대 생산체제를 갖추게 됐다. 여기에 쓰촨 상용차 공장(연 16만 대)까지 더하면 181만 대 수준이다.

또 기아차의 합작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는 옌청공장(연 89만 대)을 가동 중이다. 두 회사를 합친 중국 내 자동차 생산능력은 연간 270만 대다.

글로벌 전체로 보면 현대·기아차는 세계 10개국 35개 공장을 통해 연 908만 대 생산체제를 확보하게 됐다. 현대차는 중국 외에도 미국 앨라배마(연 37만 대), 체코 노소비체(연 33만 대), 인도 첸나이(연 65만 대), 터키 이즈미트(연 20만 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연 20만 대), 브라질 피라시카바(연 18만 대) 등에 공장을 운영 중이다. 국내엔 울산 아산 전주 등에 공장(연 178만 대)을 두고 있다.

기아차는 중국을 비롯해 슬로바키아 질리나(연 33만 대), 미국 조지아(연 34만 대), 멕시코 페스케리아(연 40만 대) 등에 공장을 운영 중이다. 국내 광주 화성 소하(광명) 등의 생산능력은 연 160만 대에 달한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10년 전인 2007년만 해도 연 500만 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판매량이 50만 대 안팎씩 늘면서 생산능력을 키워왔다.

◆브레이크 걸린 글로벌 판매

현대·기아차의 몸집은 커졌지만 글로벌 판매량은 2015년(801만 대) 정점을 찍은 뒤 매년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해 판매량은 목표(813만 대)보다 크게 못 미치는 788만 대에 그쳤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 라인업이 부족한 데다 고급 및 저가 브랜드 사이에 끼어 고속질주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사드 보복 여파로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 판매량이 반토막 나면서다. 올 들어(1~8월) 현대·기아차 중국 내 누적 판매량(57만6974대)은 지난해 같은 기간(104만3496대)과 비교해 44.7%나 쪼그라들었다. 두 번째 큰 시장인 미국에서도 맥을 못추고 있다. 두 회사의 지난달 미국 판매량(10만7633대)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가까이 줄었다. 8개월 연속 감소세다.

이런 이유로 올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2012년 수준인 700만 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초 세운 글로벌 판매 목표는 825만 대였다. 결국 연 900만여 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고도 200만 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놀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내년에 판매세가 다소 회복되더라도 100만 대 이상의 생산능력이 남아돌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앞으로 2~3년간 정상적인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장 가동률이 통상 80~85%를 밑돌면 수익을 내기 힘들다”며 “특히 노조 반발로 생산성이 낮은 국내 공장의 가동률을 낮추지 못할 경우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해외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하는데, 이 경우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현대·기아차가 생산량 축소 등을 위해 노조와 ‘대타협’을 이룰 수 있을지가 중장기 구조조정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유럽과 인도 등 신흥국 판매량을 늘려 중국과 미국 중심의 글로벌 판매체계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형재 국민대 교수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 신흥국과 동남아시아 등으로 시장 다변화를 꾀하면서 유휴자산 매각 등을 통해 기업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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