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식 쌍용차 사장 "한국만 전기차 전략이 안 보인다"

입력 2017-09-12 17:40 수정 2017-09-13 03:18

지면 지면정보

2017-09-13A1면

세계는 미래차 전쟁

독일 모터쇼서 터져나온 최종식 쌍용차 사장의 탄식

"전기차 독자 개발 10년 이상 걸려…완성차·배터리사·정부 협업 필수"

독일·중국, 빠르게 달려가는데 우린 2018년 보조금조차 몰라
정부 주도 기술개발 협업 시급
“세계 자동차산업 흐름이 전기차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5년 뒤는 고사하고 내년 전기차 보조금이 어떻게 될지조차 모릅니다.”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사진)은 11일(현지시간) 독일 비스바덴에서 기자와 만나 “자동차산업이 새로운 시대로 가고 있는데 국가적 의지와 대응이 안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쌍용차는 2017 국제자동차전시회(IAA·프랑크푸르트모터쇼) 개막을 하루 앞둔 이날 프랑크푸르트 옆 도시인 비스바덴에서 ‘G4 렉스턴 유라시아 횡단’ 자축 행사를 열었다. 최 사장은 이 자리에서 “올해 모터쇼에서 독일 기업들이 일제히 전기차 확대 전략을 내놓은 것이나 중국이 자국 시장을 전기차 중심으로 바꾸려는 것을 봐도 이제 세계 자동차산업의 축은 전기차로 급속하게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보다 선명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 기업이 전기차 기술력을 쌓으려면 먼저 시장이 커지고 판매량이 늘어야 하는데 아직 전기차 판매는 보조금에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가 10년 이상 장기로 보조금 계획을 결정해줘야 기업이 그에 맞춰 제대로 된 전기차를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2015년까지 1500만원이던 정부 보조금을 2016년 초 1200만원으로 깎았다. 2019년부터는 1000만원으로 내린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가 불거지자 2016년 6월 보조금을 갑자기 1400만원으로 올렸다. 내년 보조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최 사장은 “전기차 충전소 등 관련 인프라 확충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국내 온실가스 규제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전기차 개발은 필수인데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도 민간 기업에 맡기는 등 비전과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2020년부터 제조사가 판매하는 차량의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당 97g 이하로 줄이지 않으면 벌금 등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런 온실가스 감축 계획은 이미 기술력을 확보한 독일 등 유럽 업체들에 맞춰 유럽연합(EU)의 기준을 그대로 들여온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 사장은 “쌍용차도 환경 기준에 맞추기 위해 올해 초부터 전기차 개발에 착수했지만 독자적으로 개발하려면 10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역량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부문에선 한국에 훌륭한 기업들이 있지만 배터리 운용 시스템이나 전기차 구동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선 주요 기술을 미국과 독일 기업들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독자 기술 없이 규제 맞추기에 급급해 외국 기술을 사다 쓰다간 해외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며 “BMW에서 기술을 사가라고 제안하기도 했으나 거절했다”고 전했다.

최 사장은 “국내 완성차업체와 배터리 기업들이 기술력을 높이려면 정부가 주도하는 협업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장기 개발 계획을 세우고 생산량을 일정 부분 보장해준다면 배터리업체들이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고, 전기차 가격이 내려가면 판매량이 늘어나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사장은 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을 잡으려면 전기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쌍용차는 12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G4 렉스턴을 유럽 최초로 공개하고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최 사장은 “G4 렉스턴을 유럽 시장에서 올해 남은 넉 달간 3000대, 내년부터는 연간 5000대 이상 판매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비스바덴·프랑크푸르트=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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