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 보복' 구조조정의 서막…'빈사상태' 현지 자동차 부품사, 인력 절반 감축

입력 2017-08-13 19:03 수정 2017-08-14 10:01

지면 지면정보

2017-08-14A13면

현대·기아차 협력사 줄도산 위기

자동차 판매 '반토막'에 연쇄 타격…100여곳 가동률 50% 밑돌아
일부 2·3차 협력사는 공장 폐쇄…근로자들이 못 버티고 나가기도

현대차, 주재원 임금삭감 검토…신차 4종 앞세워 9월 '총력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현지 인력을 큰 폭으로 줄이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100여 곳이 넘는 현지 중견 부품업체의 공장 가동률이 최근 다섯 달여 동안 50%를 밑돌면서 빈사지경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지난 3월부터 본격화한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현대·기아자동차의 현지 판매량이 반토막 나면서 연쇄 타격을 받고 있다.

◆일부 업체는 이미 도산

13일 현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중국에 공장을 둔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가 최대 50% 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생산설비의 절반 이상이 가동을 멈추면서 더 이상 현재 인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에 나가 있는 차 부품 관련 기업 수는 145개(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소속 기준)에 달한다. 이 중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 수는 130곳 정도다. 이들 기업이 베이징과 허베이 등에 지은 공장은 290곳에 달한다.

현지에 직원 500여 명을 둔 A사는 최근 현지 인력의 40%인 200여 명을 내보냈다. 월 기본급인 2300위안 석 달 치에 약간의 위로금을 보태줬다. A사 대표는 “3월 이후 일감이 뚝 끊기면서 직원 절반 이상에게 회사 주변에서 풀을 뽑거나 청소를 시켰다”며 “하지만 더 이상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눈물을 머금고 내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공장 가동률이 70% 위로 올라가면 다시 생산 인력을 충원하겠지만 당분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근로자들이 스스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 엔진 및 볼트 등을 생산하는 B사 대표는 “600여 명에 달했던 중국 현지 공장 직원 중 150명이 스스로 회사를 그만뒀다”며 “일이 없다 보니 수당이나 성과급을 받지 못해 견디지 못하고 나간 것”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중견 업체(1차 협력사)는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 등으로 버티고 있지만 자금난을 이기지 못한 일부 2·3차 협력업체는 도산한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몇몇 업체는 산업은행 등 금융권의 자금 지원을 기다리다 결국 공장 문을 닫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9월 총공세’ 먹힐까

부품업계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현대·기아차의 판매가 언제 회복될지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장부품을 생산하는 C사의 현지 지사장은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뭔가 희망이 보여야 할 텐데…중국 사람들 너무 냉담하다”고 토로했다. 현대·기아차의 올 상반기 중국 판매량은 반토막 났다.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 다른 수입차 브랜드와 낮은 가격을 내세운 중국 현지 업체 사이에 끼여 ‘샌드위치 신세’가 된 데다 사드 보복까지 겹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법인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지난 2분기 5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본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를 의식해 부품업계와 달리 현지 인력 임금 삭감이나 구조조정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각각 1만9400여 명, 6600여 명에 달한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현지 인력 대신 일부 주재원을 대상으로 복지후생비 등을 줄이는 식의 임금 삭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대·기아차는 판매량을 회복하기 위해 오는 9월부터 신차를 내놓고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하반기 현지 전략 모델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신차 4종을 선보일 계획이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10월 국경절 연휴 전후로 판매량을 다시 끌어올리지 못하면 위기를 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올가을이 중국 시장 회복 여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장창민 기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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