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에 탄생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가 27년의 세월을 거쳐 5세대를 맞았다. 완벽에 가까운 SUV를 만들고자 했던 랜드로버는 이번 신형에 '전천후', '다재다능'이란 수식어를 붙이며 그 어느 때보다 제품력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알루미늄을 대거 활용한 차체 구조, 첨단 편의장치, 공간 활용도 그리고 외모까지 변화의 폭이 엄청난 올뉴 디스커버리를 시승했다.


▲디자인
전체적으로 레인지로버와 디스커버리 스포츠에서 선보인 정체성을 갖췄다. 이전 세대까지 고집했던 박스형 디자인에서 과감하게 탈피한 것. 그래서인지 본래의 투박했던 오프로더의 위용은 없다. 한껏 각을 잡았던 군인의 모습이 곡선을 활용해 세련된 외모로 확 바뀌었다.



전면은 기존 커다란 사각 헤드 램프를 대신해 날렵한 눈을 심었다. 그릴에 비해 웅장한 범퍼의 면적과 커다란 공기흡입구 등이 대형 SUV의 무게감을 풍긴다. 후면은 역시 세로로 길었던 리어 램프를 날렵한 가로형으로 대체해 전면과 통일성을 살린 대신 기존 비대칭형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디스커버리의 정체성을 이어갔다.

측면의 가장 큰 특징은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계단식 루프라인이다. 3열 탑승객의 머리 공간을 위한 랜드로버의 배려로, 구형부터 적용해 온 방식이다. 전면으로 꺾인 C필러로 구형에선 볼 수 없었던 역동성을 갖췄다.



실내는 상위 제품인 레인지로버 못지 않게 프리미엄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4세대 대비 상품성을 가장 높인 부분으로, 스티어링 휠은 레인지로버의 것을 채택했다. 알루미늄과 가죽, 우드 등 주요 소재의 질감도 뛰어나다. 전체적으로 수평적 레이아웃이 실내공간을 더욱 넓어보이게 한다.

좌우로 펼쳐진 인포테인먼트 터치스크린과 아래의 공조장치 디자인은 간결하면서 실내와 조화를 이룬다. 이미 익숙한 로터리 방식의 변속노브를 장착했으며,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의 디자인과 마감은 레인지로버를 연상케 한다. 각종 버튼류는 최소화해 조작이 쉽다.



뒷좌석이 앞좌석보다 약간 높게 위치해 모든 좌석에서 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대부분의 7인승 풀사이즈 SUV에 마련한 3열 좌석의 경우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지만 올뉴 디스커버리의 3열은 거주성과 편의성이 뛰어나다. 게다가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는 '인텔리전트 시트 폴딩 시스템'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수 초 내에 2열과 3열을 접거나 펼 수 있는 점, 전 좌석 히팅 시스템이 경쟁력의 요소다.

3열을 접을 경우 트렁크 적재공간은 1,137ℓ에 달하며, 2열까지 접으면 최대 2,406ℓ로 늘어난다. 전동식 테일게이트를 열고 폴딩 패널을 펼치면 그 위에서 신발을 갈아신거나 비를 피할 수 있어 야외활동 때 유용하다. 최대 300㎏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성능
엔진 라인업은 최고 240마력의 4기통 2.0ℓ 디젤과 최고 258마력의 V6 3.0ℓ 디젤 터보 등 2종을 얹는다. 시승차는 V6로,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리며 복합 효율은 ℓ당 9.4㎞를 확보했다. 0→100㎞/h 가속성능은 8.1초로 덩치에 비해 만만치 않은 달리기 성능이다.

새 차의 가장 주목할 점은 엄청난 감량이다. 초경량 알루미늄 구조로 구형보다 무려 480㎏이나 줄인 것. 이는 80㎏의 성인남자 6명에 해당하는 무게로, 주행성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저속에서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고속에 올라서면 5m에 달하는 긴 차체가 날렵하게 움직이는 걸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온로드 주행감성은 기대 이상이다. 원하는 속도까지 이르는 데 스트레스가 없으며, 좌우 흔들림도 잘 억제했다. 실제 와인딩 구간에서 안정감이 상당히 높다. 변속기는 충격이 없어 변속시점을 알기 어려울 정도다. 서스펜션은 앞 더블 위시본, 뒤에는 멀티링크 방식을 적용했다. 승차감은 일상주행에서 노면충격을 잘 흡수하며, 고속에서는 적당한 단단함을 보인다.

시승은 상당 시간 오프로드 구간에서 진행했다.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인 '터레인 리스폰스'를 적극 활용했다. 주행모드에 따라 엔진과 변속기, 섀시 등을 각각 설정할 수 있으며 잔디나 자갈, 눈 혹은 진흙이나 모래 등 다양한 지형에서 대처가 가능하다. 여기에 283㎜에 이르는 최저지상고와 최대 34도의 접근각, 30도의 이탈각이 결합해 전천후 오프로더로서의 조건을 확보했다.



오프로드 구간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다. 노면상태와 경사에 따라 주행모드를 수시로 바꿨으며, 이후에는 오로지 스티어링 휠의 컨트롤과 가속 페달 답력에 집중했다. 실내 디스플레이를 통해 디퍼렌셜의 잠금상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산 정상에서는 최고 70㎝의 물길을 건너기도 했다. 이 차의 도강능력은 90㎝다.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은 미끄러운 노면이나 급경사 내리막길에서 일정한 속도로 주행할 수 있게 한다.



오프로드 시승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안정감이었다. 모노코크 타입의 보디임에도 프레임 타입 못지 않은 뛰어난 강성이 느껴진다. 차체의 85%를 알루미늄으로 만든 덕분인데, 이는 차체 안정성과 효율을 높이고 감량으로 주행성능까지 향상시켜 결과적으로 1석3조의 효과를 만들어냈다.


▲총평
'전천후 SUV'를 표방하는 랜드로버답게 신형 디스커버리는 온로드와 오프로드 어디에서든지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여기에 외모는 세련되게 변해 도심에서도 주목받을 수 있으며, 레인지로버 못지 않은 실내 품질과 각종 첨단 디지털 편의품목 등으로 상품성이 향상됐다. SUV 특유의 다목적성을 완벽에 가깝게 구현했다. 판매가격은 8,930만~1억790만 원이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 [시승]두 가지 서스펜션 전략, 쌍용차 G4 렉스턴
▶ [시승]기아차의 고성능 자신감, 스팅어 3.3ℓ 터보
▶ [시승]AMG의 또 다른 해석, 벤츠 E43 AMG 4매틱
▶ [시승]쉐보레 크루즈, '국민차' 아반떼에 도전장 내밀다
▶ [시승]쉐보레 볼트 EV, 빗길 1,000㎞ 달려보니...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